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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talk Tutor's Column

Tutor Yvette 's Column

황주리 작가

Sep 8, 2015

"화려한 색채와 풍부한 상상력으로 인간의 내면과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 내는 작가 황주리. 그는 30년 가까이 작업하던 경기도 고양의 작업실을 정리하고 지난 해부터 이촌동의 한 빌라에 작업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관찰자의 일기처럼, 영화의 장면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로 가득 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황주리의 작품이 첫 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캔버스를 가득 채운 강렬한 색채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자신을 "선천적으로 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그림들이 중첩된 독특한 화면 구성을 하고 있는 그의 작품 속에는 많은 인간의 군상과 사물들이 등장합니다. 미생물처럼 꼬물대는 인간들은 옷을 입고 있기도 하고 알몸이기도 하며 머리카락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익명의 인간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화면에서 전개됩니다. 마치 은밀하고 내밀한 일기를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무엇보다 인간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림 속의 형상들은 대부분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일상들 사이에서, 삶의 순간들 사이에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들을 포착해 내고자 작품을 합니다." 
 
캔버스는 이 세상의 상상 가능한 모든 이미지들의 변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의 그림 속에는 입이 달린 전화기, 눈이 달린 컴퓨터, 얼굴 모양을 한 꽃처럼 엉뚱하게 조합된 의인화된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초현실적이지만 혼돈스럽거나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겹고 따뜻합니다. 다양한 형상들로 이뤄진 뜻밖의 장면들이 독특한 화음을 이루는 칼라 그림들 속에는 한 개, 혹은 두 개의 눈이 있습니다. 가끔 입도 나타나 화면에 눈부신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그에게는 캔버스가 되고, 모든 일상이 그림 그리는 일의 연장선이라고 합니다. 열린 상상력으로 그린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조합이 두드러집니다. 그의 상상력은 캔버스 뿐 아니라 의자, 돌, 안경, 목기 등 다양한 오브제 위에도 펼쳐 집니다. 
 
그는 색채 작업 외에도 90년대부터 흑백 그림들과 설치작업으로 문명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구분하기 힘듭니다. 오래 전에 써 놓은 글을 다시 꺼내 새로운 감성으로 고치는 것처럼 지나간 그림의 소재나 형식을 되새김질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원고지를 캔바스 삼아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던 황주리는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지닌 산문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글 역시 그림처럼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면서 깊은 내면을 건드립니다. 이미 여러 권의 에세이집을 낸 그는 6월 중순 첫 소설집을 출간합니다. 에세이가 그의 작업에 텍스트가 되어 왔듯이 소설은 그에게 입체적 텍스트를 제공합니다. 
 
"20대, 30대에는 외로워서 그림그렸어요. 지금은 외롭지 않아요. 대신 창작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20년 뒤의 자화상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현재, 이 순간에 몰입하며 살아가는 작가 황주리. 너그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가 풀어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집니다.
 
글 함혜리영상에디터 lotus@seoul.co.kr
 
연출 / 박홍규PD gophk@seoul.co.kr

영상 / 문성호PD sungho@seoul.co.kr"

This column was published by the author in their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column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Cafe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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